6월 7일 주일 지극히 거룩한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하느님께 불평하였을 뿐 아니라 그분과 다투기까지
하였습니다(탈출 17.2; 민수 20.3 참조). 탈출기에 나타난 싸움의 말이 요한
복음서에서도 나옵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두고 서로
“말다툼”(요한 6.52)을 벌입니다. 그들의 분노는 그 말씀을 이해하지 못해서
가 아니라, 마음이 닫힌 결과입니다. 우리 또한 그러한 모습이 낮설지 않습
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가르침이 스스로 계산과 맞지 않을 때, 우리는 속
으로 불평하며, 하느님께 따지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6.53)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그저 상
식과 습관을 깨뜨리는 사변적 언어 표현이 아닙니다. ‘먹고 마시는’ 행위에
는 ‘이 세상에 하느님으로 오신 예수님’에 대한 신앙이 담겨 있습니다. 믿음
은 관념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분의 찢긴 몸과 쏟아진 피를 내
생명의 뿌리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성체성사를 암시하
면서도 꼭 성체성사만으로 제한되지 않습니다. 성체성사는 현실적이고 구
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자리이며, 삶이 그 믿음으
로 다시 살아 꿈틀거리는 자리입니다. 내가, 우리가 그분을 먹고 마시지 않
으면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 드러나시지 않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통하
여 이 세상에 현존하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살과 피는 우리 삶의 참된 음식이며 참된 음료입
니다. 우리 삶과 생명을 이어 가게 하는 실제입니다. 그분을 받아 모시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물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십니다. 우리가 그
분을 받아 모신다는 것은, 죽어 가는 우리의 자리, 우리의 공허와 상처와
좌절의 자리에 그분의 살과 피를 들여놓아, 그분의 생명이 우리 대신 살게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분 없이 살아가지 못합니다.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