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오늘 독서는 하느님의 드러나심과 모세의 파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
다. 먼저 모세의 모습을 보면, 파견하시는 하느님의 말씀 앞에서 자신의 작음,
무능함, 아무것도 아님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낼 수 있겠습니까?”(탈출 3.11)
탈출기 앞부분에는, 이집트의 온갖 훌륭한 교육을 받고 군사 지휘 면에
서도 전문가였으며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려는 열의로 가득 찬 모세가
나옵니다. 그러나 사십 년이 지나서(사도 7.30 참조) 이미 노쇠해 있고, 어쩌
면 낙심, 절망, 그리고 일상에 자신을 적응시킨 무기력한 지금 모세가 백
성의 해방을 위하여 파견됩니다. 자신의 능력과 열위를 신뢰하는 모세가 아
니라 자신의 무능을 잘 알고 있는 나약한 모세를 주님께서 파견하십니다.
구약 성경 전체의 뿌리가 되는 탈출 체험의 시작인 이 하느님의 나타나
심도 떨기나무에 불이 붙은 모습, 곧 그 자체로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을 만
큼 평범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모습으로 오시는 하느님
을 비로소 작은 이, 곧 무력한 모세가 볼 수 있었습니다.
높은 이에게는 낮고 평범한 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이에게만 그것이
보이며, 그 작은 사건이 큰 일임을 알아 볼 수 있습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작은 존재가 가장 큰 일을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버지, 하늘
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마태 11.25). ⊕
(매일 미사 오늘 묵상 필사)

